회장 인사말

존경하는 한말연구학회 회원 여러분께

제1회 한말연구모임 연구발표회에 막내로 참여한 지도 어느덧 33년이 흘렀습니다. 그동안 학회가 한말연구모임에서 한말연구학회로 이름을 바꾸고, 연구재단에 학회를 등록하며, 학술지 <한말연구> 창간호를 비롯해 종이책으로 발간된 62호 중 50호를 직접 편집·발간했던 일, <한말연구>가 KCI 등재후보지와 등재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의 실무를 맡았던 일, 1990년대 말 당시로서는 드물게 학회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운영하며 학회의 이름을 대외적으로 알렸던 일 등이 자연스럽게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한 듯합니다.

작은 소모임에서 출발한 한말연구학회가 이제는 국어학계에서 손꼽히는 중심 학회로 자리매김한 것은, 열세 분 전임 회장님들의 리더십과 임원들의 헌신, 그리고 회원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묵묵한 도움 덕분입니다.

그러는 동안 국어학계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. 20세기의 국어학이 ‘국어의 역사와 구조를 밝히는 학문’이었다면, 21세기의 국어학은 학제 간 융합을 통해 국어를 사회적·세계적 맥락에서 탐구하는 학문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. 그러나 학문 후속 인력의 감소, 연구 여건의 열악화, 학문 성과의 사회적 확산 부족 등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. 국어학 단체들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. 학회 수는 늘었지만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학문적 연대는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. 학술지 발간과 학술대회 개최라는 전통적 틀 안에서 연구의 전문화·세분화 속에 학문 공동체로서의 소통과 협력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도 마주하고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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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이러한 공통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우리 학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. 한말연구학회가 걸어온 길 자체가 곧 ‘도전과 실험’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. 앞으로도 우리 학회는 학문 후속 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고, 학제 간 융합 연구의 촉매제가 되며, 학문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사회와 소통하는 국어학계의 창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.

우리 학회가 걸어온 길이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었다면, 앞으로의 길은 그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더 넓은 세계와 더 깊은 학문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. 옛말에 ‘말은 마음의 소리요, 글은 말의 그릇이다’라고 했습니다. 말과 글을 탐구하는 일은 곧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이어가는 길임을 새기며, 저는 회원 여러분과 함께 이 길을 성실히 걸어가겠습니다. 한말연구학회가 국어학계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심 학회로서 더 든든한 디딤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.

2025년 9월 12일
제14대 한말연구학회장 박동근 삼가 올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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